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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day, August 8, 2014

아르메니아산 꼬냑 Armenian Cognac

어린 소녀 시절의 '루' (왼쪽에서 세번째)














'루'가 얼마전에 러시아를 다녀왔다. 넓디 넓은 러시아에서, 루의 고향은 카잔에서 '멀지 않은' (러시아 거리기준으로^^) 도시이다.

부모의 마음은 한국이나 러시아나 똑같은건지, 어찌나 나를 위해서 이것저것 챙겨주려고 애를 쓰셨던지, 화가인 언니의 그림에서부터 시작해서, 티셔츠 몇장은 물론이고, 하다못해 "Russia"가 큼지막하게 쓰인 속옷까지, 다 나열하기가 힘들 정도로 넘치는 정을 듬뿍 담아 보내주셨다.

'루'의 부모님은 술을 거의 안하시지만, 선물중엔 '애주가'인 ('폭주가', '주당' 등과는 대비되는 개념임을 확실히 밝히고자 함^^) 나를 위한 특별한 선물이 더 있었으니, 바로, 그 유명한 원산지 러시아 보드카와, 나에게는 생소한 아르메이나산 꼬냑 (브랜디) 이었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 아르메니아산 꼬냑에 대해서 '루'와 부모님들의 설명도 듣고, 더 자세히 알아본 결과, 그 명성이 자자함을 알게 되었다.

맛과 향이 짙은 이 술은 러시아의 근대 정치사와도 인연이 깊은 듯 한데, 소비에트 유니온 시절에는 정치가와 관료들이 가장 애용하는 술이었으며, 2차 대전 후 얄타 회담에서,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이 스탈린으로부터 이 술을 소개 받은 뒤 열렬한 팬이 되었고, 이를 위해 스탈린이 매년 처칠에게 여러병을 선물로 보냈다는 일화가 아주 유명하다.

소치 올림픽 당시에는 이를 기념하듯, 푸틴이 영국 수상 데이빗 캐머론에게 선물을 해서 다시 눈길을 끌었던 모양이다.

역사는 역사이고, 중요한건 이 술이 내 입맛과 과연 궁합이 맞느냐일텐데, 시음 결과, 이 꼬냑 비전문가의 입맛에는, 아주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입에 도는 맛이 상당히 풍부하고 부드럽고, 향이 자연스럽다. ('코'는 꼬냑 품평 리뷰글을 써본적이 없으므로, 이 이상의 적확한 표현을 찾아내기가 참 힘들다.) 어쨋든, 하드 리커를 그리 선호하지 않는 '코'의 입맛에도 괜찮았으므로, 합격이다^^


스쿰빗 쏘이 24에 위치한 레바논 음식점 나디모스
한잔의 시음후, 이 술을 혼자 다 마시기는 그래서 (다 마시자면 하 세월이 걸릴 것도 같고..), 마침 방문한 손님들과 함께, 레스토랑에 들고 가서 마시기로 했다. 손님들이 묵던 호텔 근처의 레바논 식당에서 식사 겸 와인을 간단히 하고, 후식과 함께 꼬냑을 마시기로 결정.

들고 간 술이라, 레스토랑의 허락을 득해야 하므로 주인의 친척이라는 지배인에게 물었더니, 이 친구가 깜짝 놀란다.

"나, 반은 아르메니아 사람이에요!" "어떻게 아르메니아 꼬냑을 다 들고 오셨나요?"

"꼬냑은 아르메니아 꼬냑이 최고랍니다!"

참 좁은 세상이다.

한국에서 온 손님들, 태국에 사는 한국인 '코', 러시아인 '루', 레바논 지배인이 같이 어울려서 잔을 기울이며, 아르메니아에서 온 꼬냑으로 소통한 밤이었다.


4 comments:

  1. 아르메냐에 여행해 보고 싶어요 물론 코냑도 먹어보고 싶구요 처가 사랑 대단 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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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plies
    1. '루'의 부모님과 가족이 저를 애정을 가지고 챙겨주시는거죠^^
      이렇게 저희 글을 읽고 성원해주셔서 초짜 블로거에게 많이 힘이 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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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옛말에,
    처가 이쁘면 처갓집 말뚝만 봐도 절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Envy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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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ㅎㅎ..올만에 들어보는 잼있는 옛말이네요^^ 이 말 '루'한테 얘기해주면 엄청 잼있어할듯 해요..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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